
1. “이미 소송한 사건들과 동일한 쟁점의 사건인가요?” 지난 15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별관 305호에서 재판장이 물었던 말이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금 임금을 청구한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었다.
2013년 현대제철에서 노동자들이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고, 그 뒤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고려해서 3년 단위로 두 번에 걸쳐 청구했다. 그러니 2013년부터 기간을 달리해서 모두 세 차례로 청구했던 것인데, 이 사건들에 관하여 인천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을 1·2차 사건은 진행했고, 3차 사건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바로 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이다보니 ‘3차 사건 이후 기간에 대한 4차 사건인가’ 해서 물어봤던 것이다. 동일한 쟁점의 사건이라면, 이미 1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 있는 터라 청구금액만 정리되면 화해권고나 판결로 신속히 정리할 수 있기에 재판장이 물은 것이라고 나는 이날 법정에서 생각했다.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다. 3차 사건까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소송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청구한 사건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주휴수당을 기본급이 아닌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추가 주휴수당 등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이라서 쟁점이 동일하지 않다.
2. “기업노조가 주휴수당소송을 ○○법무법인에서 맡겨서 진행한다는데 승소 가능한가요?” 금속노조 만도지회장 신아무개로부터 모처럼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대뜸 이렇게 물었다. 만도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통상임금소송, 즉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추가 법정수당 등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소송을 나는 대리했었다. 그 소송사건은 이미 수년 전에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서 종결된 터였다. 그런데, 최근에 다수노조인 기업노조에서 주휴수당소송을 추진한다고 하니 그는 법적으로 주장이 가능한지,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 궁금해서 내게 연락했던 것이다.
이 사업장만 생각하면, 내 머리에서 온갖 것들이 떠오른다. 사법연수원 2년차 때 금속산업연맹에서 법률담당자로 사실상 상근하고 있었다. 그때 만도기계에 헬기와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서 공장 점거하면서 파업투쟁 중인 조합원들을 강제연행하여 진압했다. 1998년 9월 초였는데, IMF 외환위기로 기업구조조정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었고, 그 당시 만도기계 파업투쟁은 이에 맞서는 대표적인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그 뒤 만도기계는 매각돼 만도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2000년대 초 현대차, 기아차 등 대공장 노조들이 산별노조체제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만도는 산별노조 지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해서 금속노조의 중심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급속히 무너지면서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해 기업노조를 조직하더니 다수노조가 되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만도에서 소수노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뒤 노조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간간이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 신 지회장에게 물어보니 아직까지도 통합되지 못한 채 그대로 만도에서 소수노조 활동을 이어 가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소수노조여서 사측을 상대로 해서 조합원을 위한 노조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법적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서 신 지회장은 자주 질문해왔다. 그가 이번에는 주휴수당소송을 물었던 것이다.
3.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만도. 이렇게 현재 소송을 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을 헤아리다 보니 10여년 전인 2010년대 초에 통상임금소송을 했던 사업장들이다. 당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추가 법정수당 등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과연 이 나라 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노동자의 청구를 인정해 줄 것인지 장담할 수 없었다.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하는 상여금이라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하는 것이 법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그걸 이 나라 법원이 인정해 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그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고 나서도 이 나라에서는 재직자조건, 일정근무일수조건을 내세워 고정성이 결여됐다며 또다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결국 통상임금소송은 기아, 현대제철, 만도 등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고 승소했지만, 현대차 등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중간에 소를 취하하거거나 패소했다. 다행인 것은 현대차 노동자 강아무개 등이 일정근무일수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통상임금소송을 진행해서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일정근무일수조건, 재직자조건 등 고정성을 갖추지 않더라도 상여금 등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세아베스틸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재직자조건의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지 수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언한 것이라서 나로서는 그 감회가 남달랐다. 세아베스틸 사건과 현대차 사건에서 원고 노동자들의 소송대리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지난 20여년을 통상임금 법리를 궁리하고 주장해왔던 자로서 말이다. 그런데, 다시 통상임금소송을 했던 사업장들에서 주휴수당소송을 한다니 당신은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4. 오늘 이 나라에서 주휴수당소송은 사용자가 주휴수당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하지 않아서 청구하는 소송이다. 상여금 등 법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들로 통상임금을 산정하고서 그 통상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사용자가 그러지 않아서 노동자가 청구하는 것이니 실질적으로 통상임금소송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 오늘 주휴수당소송은 통상임금소송의 두 번째 시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즌의 통상임금소송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노동자들이 주장하면서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사용자가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하였기에 그 미지급된 법정수당 등을 청구한 것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하여야 할 주휴수당의 미지급분을 청구하는 것이라서 통상임금소송이라고 볼 수가 있다. 실제로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다툰 통상임금소송의 첫 번째 시즌에서 원고 노동자들의 소송대리인으로 나는 현대트랜시스, 세아베스틸 등 많은 사업장의 통상임금소송사건에서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주휴수당을 청구해서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오늘 이 나라에서 대거 주휴수당소송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법원 판결들에 고무된 탓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월급으로 지급할 경우 월급통상임금에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의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도 포함된다”고 판결해왔다(대법원 2024. 2. 8. 선고 2018다206899, 206905, 206912 판결 및 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다카12493 판결 등 참조). 이 판례 법리를 내세워 사용자들은 시급제, 일급제 노동자들이 지급받는 시급, 일급과 달리 각종 수당은 월급형태로 지급하니 주휴수당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본급(시급, 일급)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해왔다. 당연히 시급, 일급 형태로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에 관해서도 주휴수당에 포함돼 있다며 사용자들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게 됐어도 기존대로 주휴수당은 기본급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에 맞서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주휴수당소송을 한다. 시급제, 일급제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주휴수당에 기본급(시급, 일급) 말고도 상여금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소송한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됐으니 이를 포함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소송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5조 제1항). 이렇게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노동자에게 보장된 유급휴일이 주휴일이고, ‘유급’인 것이니 휴일로 쉬는 노동자에게 사용자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기본급 기준으로 그 급여를 지급해왔다. 시급, 일급으로 지급하는 기본급과는 달리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은 시급, 일급으로 지급하지 않고 월급여 등의 형태로 지급한다면서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미 그 각종 수당, 상여금 등에는 주휴수당분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해왔던 것이니 주휴수당소송은 이러한 사용자의 주장을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 통상임금소송의 첫 번째 시즌과 달리, 법원은 복잡하게 고민할 것 없다. 그저 노동자가 쉬지 않고 통상적으로 일했으면 지급받았을 1일분의 임금을 ‘유급’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결 이유로 적시하면서 노동자의 청구를 인정해 주면 될 테니 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