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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 52시간제’ 개선이냐, 폐지냐
글쓴이 현대위아노조 작성일 2022-06-28 09: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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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노동과 법

 

1.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이정식 장관이 직접 나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관해서 브리핑했다. ‘모두말씀’ 부분에서 노동부 장관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등 현재 상황을 진단하더니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으로는 해결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거창한 모두말씀으로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주 52시간제 등 근로시간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노동부 장관의 브리핑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연장근로를 포함해서 1주간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없도록 한 주 52시간제에 관해 현재처럼 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고 월 단위로 하겠다는 근로시간 개편 부분이 커다란 논란이 됐다. 그 내용만 논란이 됐던 게 아니다. 다음날인 24일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부 장관이 전날 발표했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의 내용은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에 따라 그 절차까지도 논란이 돼 버렸다. 하루 전에 노동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했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정했으니 당연한 논란이었다. “추진계획이지 최종 공식입장이 아니”라면서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연구회와 노사의견 등을 종합해서 정부의 공식입장이 최종 확정될 것이라며 노동부 관계자 등은 대통령의 말을 해명했지만 어차피 장관의 브리핑은 추진방향이었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걸 따질 생각은 없다. 공식이든 아니든 윤석열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를 개편해서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20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1주일 120시간 노동을 말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에서 1주간에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현행 주 52시간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고, 그 개편은 이번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밝힌 것처럼 민간연구회와 노사의견 등을 고려하는 절차를 거쳐 마련될 것인데, 이렇게 마련될 방안은 이번에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한다. 그러니, 장관의 브리핑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2. 윤석열 정부의 공식입장인지조차도 논란이 된 노동부의 발표였지만 나는 심각하게 읽었다. 비록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부정했음에도 나는 윤석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 여기고 꼼꼼히 읽었다. 그런데 도대체가 모르겠다.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 운운하더니 현재 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걸 월 단위로 관리할 있게 해서 1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해서 80시간, 90시간도 근로할 수 있도록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세부 추진방향’으로 노동부 장관이 브리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현재 1주일에 52시간까지 근로하도록 하고 있는 주 52시간제를 단축하겠다고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1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없도록 한 현 주 52시간제가 문제라면서 개편하겠다고 브리핑하고 있었다.

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928시간으로, 1천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OECD 평균이 2017년 1천678시간, 2018년 1천674시간, 2019년 1천666시간, 2020년 1천582시간 등인 데 비해 한국은 2017년 1천996시간, 2018년 1천967시간, 2019년 1천957시간, 2020년 1천927시간, 2021년 1천928시간 등이라고 비교해 놓았다. 이 같은 근로시간 비교를 통해서 노동부는 23일 배포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관련 Q&A’ 자료집에서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평균에 비해 300시간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집에는 관련 통계도 첨부해 놓았는데, 연간 근로시간 현황에 관한 통계 자료를 보면 독일의 경우 2017년 1천331시간, 2018년 1천332시간, 2019년 1천330시간, 2020년 1천284시간 등으로 나타나있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는 1천320시간, 영국은 1천368시간이고, 심지어 일본도 1천621시간이다.

근로시간 현황에 관한 객관적인 통계가 이렇게 나타났다면 당연히 현재 주 52시간제보다 단축된 근로시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의 주된 내용이어야 하고, 노동부 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브리핑해야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근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주 52시간제를 개편해서 1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해서도 근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추진방향을 발표한 것이니 말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공약 사항에 맞춰 한 것이라고 해도 도무지 낯부끄러운 짓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관한 통계 자료를 인용하지나 말든지, 그 개혁 방향이라는 게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몰아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나는 어떻게 노동부의 브리핑 자료를 읽어야 할지 몰랐다.

3. 장관이 브리핑한 것처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주 52시간제를 관리해 보자. 1주에 12시간씩을 1개월로 해보면 12시간×4.345= 52.14시간, 약 52시간을 연장근로하는 게 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연장근로를 1주간에 몰아서 하게 된다면 수치상으로는 1주에 최대 92시간까지 사용자는 노동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아무리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라도 1주에 9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나라는 노동자를 위한 근로시간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 이렇게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서 ‘노동시간단축’이란 노동시간의 한도를 정해서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 즉 노동제를 도입하는 걸 말한다. 그동안 노동운동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서 1주 48시간 노동제, 1주 40시간 노동제, 나아가 1주 35시간 노동제에 관한 법정근로시간제를 도입·단축해 왔다. 적어도 이 나라까지도 온전히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러한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노동제의 역사로 보자면, 오늘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1주에 9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관의 말에도, 1주에 120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도 나는 뭐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한 노동제에 관한 이해는 있어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최소한의 이해도 찾아볼 수 없는 걸 공약하고 추진방향으로 발표하니 말이다.

4. 오늘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 52시간제 개편에 관한 논란은 노동제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2030 청년들이 몰아서 일하길 바란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몰아서 하는 장시간 노동까지도 규제하는 제도가 바로 노동제라는 걸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92시간, 120시간 등으로 노동제의 후퇴를 선택하지 않고 청년들의 무지를 깨치는 데 필요한 노동교육을 추진해야 마땅했다. 어렵게 말할 것도 없다. 독일 노동자들은 연간 1천284시간 일하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연간 1천927시간 일하고 있다면 우리 노동자들도 독일 노동자처럼 일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연장근로를 몰아서 할 수 있도록 하면 독일 노동자처럼 일할 수가 있게 되는가. 아니라는 건 장관도 대통령도 안다. 법으로 최장의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법으로 규제하는 노동시간보다 더 단축하는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건 노동제에 관해 약간의 이해만 있는 이라면 안다. 이 나라에서 오늘 주 52시간제에 관한 법으로는 우리 노동자들은 연간 1천900여시간 노동을 벗어나지 못한다. 딱 1천900시간대에 머물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물론 주 52시간 보다 단축된 시간까지만 단체협약에서 규정했다면 법에도 불구하고 1천600시간, 1천300시간만 노동자들이 이 나라에서 일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노동사건을 상담하면서 수천 개의 단체협약을 검토했지만 보지 못했다. 하나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그대로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으로 규정해놓았다. 이걸 통해서 법이 아니면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도대체가 그동안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투쟁과 노동조합 활동이 쟁취한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가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근로시간에 관한 한 법이 아니면 없다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나라에서 1주일에 92시간까지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주 52시간제 개편은 주 52시간제 개선이 아니다.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주 52시간제 폐지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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