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정흥준 교수 제시 … 민간부문 청년일자리 기금 조성도 제안기자명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65세 법정 정년연장 쟁점과 입법 개정 방향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강한님 기자>2028년부터 단계적 ..
2026-06-25 |
양대 노총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정흥준 교수 제시 … 민간부문 청년일자리 기금 조성도 제안
기자명
▲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65세 법정 정년연장 쟁점과 입법 개정 방향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강한님 기자>
2028년부터 단계적 정년연장 시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쪽 안으로 알려진 2029년 시작보다 시점이 1년 빠른 시나리오다.
‘2029년 늦다’ 2028년부터 시행 두 가지 정년연장 시나리오 제시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 쟁점과 입법 개정 방향 국회토론회’에서 2028년부터 단계적 정년연장을 시작하는 두 가지 안을 제안했다. 토론회는 양대 노총과 민주당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정 교수는 “2026년 (이해당사자들이 정년연장 시나리오에) 합의하고 2027년 준비한다면 이르면 2028년 시행이 가능하다”며 △2028년 단계적 정년연장을 실시해 1년마다 한 살씩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 △2028년 단계적 정년연장을 실시해 처음 2년은 1년에 한 살씩 정년을 연장하고 3년차부터는 2년마다 한 살씩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2안은 1안이 부담될 때 검토할 차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소득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2029년부터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해 2037년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이른바 ‘민주당안’이 알려진 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소득공백 문제뿐 아니라 정년연장자에 한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허용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 교수는 “정년연장이 개인적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다른 노동자와 다른 차별적 처우 또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재고용의 경우는 정부가 판단하기보다는 기업이 알아서 추진하면 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 방안 병행해야 논의는 무소식, 청와대 결단 변수 되나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 방안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부문 정년연장자를 당분간 추가 정원으로 인정해 청년 공채를 계속하고, 정부 청년채용 지원금을 민간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대기업에도 지원해 청년 채용을 늘리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정년연장들이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 청년일자리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 봄 직하다고 했다.
다만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6·3 동시지방선거 이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지만, 당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위원장 소병훈)’가 열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쪽은 비공개 노사 접촉을 선행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연기했다. 청와대의 의견이 앞으로의 논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년연장은 집토끼를 위한 정책 아니냐”라며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양대 노총은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대기업 노조들은 재고용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노조와 무노조 간 임금격차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도 “65세 정년연장 입법은 민주당의 대선 공약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약속과 함께 입법 시기(2025년 연내 입법)를 명확히 못 박은 핵심적인 노동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2005년·2016년 두 차례 해고 … 대법원 “해고 과하다” 원심 확정기자명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2013년 8월8일. 불법파견 인정을 촉구하며 울산 현대자동차 앞 철탑에 올라 296일 동안 농성했던 최병승(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천의봉(맨 오른쪽)..
2026-06-25 |
2005년·2016년 두 차례 해고 … 대법원 “해고 과하다” 원심 확정
기자명
▲ 2013년 8월8일. 불법파견 인정을 촉구하며 울산 현대자동차 앞 철탑에 올라 296일 동안 농성했던 최병승(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천의봉(맨 오른쪽)씨가 탑에서 내려와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현대자동차 노동자 최병승(50)씨 부당해고 판결을 확정했다. 무려 22년 만이다.
대법원 2부는 24일 오전 상고를 기각하고 최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급심은 줄곧 징계양정이 과해 현대자동차의 최씨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왔다.
2005년 1차 해고 뒤 지속된 22년 쟁송의 마침표다. 최씨는 2003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를 만들고 2005년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2010년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으로 현대차 정규직으로 복직했다.
이후 최씨는 2010년 파기환송심 이후 2012년 2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복직했지만 2016년 다시 해고됐다. 복직 뒤 대기발령을 받아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최씨가 반발해 927일간 출근을 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무단결근이라며 해고했다. 2차 해고다.
이후 노동위원회를 거쳐 2018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이 부당해고를 인정했고 서울고법은 2024년 6월13일 징계는 타당하나 해고가 과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 2년 만에 확정판결이 나왔다. 당초 상고 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심리를 하기로 하면서 2년이 더 소요됐다.
최씨를 오랫동안 대리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개인으로 적잖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며 “지난한 소송 기간을 거쳐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대전노동청 대전 대화공장 긴급 안전감독 … 기름 찌꺼기 방치, 노동자 대피 시설 미흡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박해철 민주당 의원실 제공지난 3월 화재 참사로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또 다른 공장도 화재가 발생..
2026-05-13 |
대전노동청 대전 대화공장 긴급 안전감독 … 기름 찌꺼기 방치, 노동자 대피 시설 미흡
▲ 박해철 민주당 의원실 제공
지난 3월 화재 참사로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또 다른 공장도 화재가 발생한 공장과 비슷한 위험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 확인됐다.
사고 발생 공장에서 지적된 위험요인 그대로 적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안전공업 대전 대화공장을 산업안전감독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대전노동청은 과거 안전공업 본사로 사용됐던 대화공장이 3월20일 화재가 난 문평공장과 동일·유사한 위험이 있을 것으로 보고 긴급 감독을 실시했다. 문평공장 화재 당시 언론보도 등에서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유증기 관리 부실 여부와 설비 노후 상황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전노동청은 법위반 32건을 사법처리하고 29건은 1억2천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9건은 시정을 요구했다.
법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작업장 내 흩어진 절삭유와 오일미스트 등으로 바닥이 미끄러웠고 천장과 벽, 설비 전반에 기름때가 쌓여 있었지만 사업주는 청소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평공장 화재 당시 절삭유 때가 화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는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가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노조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와 현장 지적을 (사용자가) 묵살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지 않았고, 비상통로 유지·관리 상태도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다리식 통로도 기준에 맞게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발생시 노동자가 대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3월에 화재가 난 건물이 불법증축물이라는 의혹과 함께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대전노동청은 “대화공장은 낮은 층고, 협소한 설비 간격, 부족한 집진 용량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체류하고 있는 유증기·오일미스트를 개선할 대책이 부족하고 노후하거나 파손된 생산설비 개선이 미흡했다”며 “일부 공간은 화재 발생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산재은폐 의혹까지
감독 결과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재와 관련해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안전교육도 노동자에게 서명만 하도록 하는 등 형식적으로 실시하거나 유해·위험작업 종사자에게 안전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끼임사고 방지를 위한 방호 덮개와 프레스 덮개 등이 설치되지 않은 설비도 이번 감독에서 적발됐다. 유해·위험 화학물질 등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게시·비치하지 않고 기름 묻은 천조각을 불연성 용기에 보관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인체에 해로운 미스트·증기 등을 배출하기 위한 국소배기장치 후드도 설치되지 않았고, 국소배기장치의 제어풍속이 기준에 미달했다.
대전노동청은 화재가 발생한 문평공장에 대해서는 향후 작업 재개시 특별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화공장의 경우 산재조사표 미제출로 과태료를 부과한 7건과 관련해 산재 발생 사실 은폐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마성균 대전노동청장은 “안전공장 대화공장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건의 법 위반사항이 아닌 생산 중심의 경영 방식과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 결핍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라며 “제조업 근간을 지탱한다는 명분 아래 등한시해 왔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안전관리 기준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름 되찾은 첫 노동절] 노동계 입 모아 “모든 노동자 보호” 강조쉬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 요구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공휴일로 지정된 1일, 양대 노총은 이날에도..
2026-05-07 |
[이름 되찾은 첫 노동절] 노동계 입 모아 “모든 노동자 보호” 강조
쉬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 요구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공휴일로 지정된 1일, 양대 노총은 이날에도 쉬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를 언급하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노동계가 노동권 보호와 권익 증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양대 노총은 각각 서울 여의대로와 서울 세종대로에서 ‘136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전국노동자대회’와 ‘원청교섭,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정년연장·주 4.5일제 등 선도” 민주노총 “7월 총파업으로 원청교섭 쟁취”
한국노총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136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되찾은 노동절, 더 큰 전진으로 주도하라! 한국노총!’ 슬로건을 내걸고, 모두의 삶과 미래를 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를 비롯해 △주 4.5일 근무제 도입, 공적연금 강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전환형 고용안전망 구축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 사회를 위한 노동기본권 강화와 차별 철폐 △노동시간 단축과 산업안전 강화, 산재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각종 노동 현안들에 “우리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배제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노동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하고, 한국노총이 그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원청교섭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세웠다. 노동기본권 쟁취와 7월 총파업 성사, 원청교섭 쟁취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초기업교섭 제도화 △제국주의 침략전쟁 규탄을 촉구했다. 주최쪽에 따르면 서울집회에 1만명이, 전국 집회에 10만명이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진짜사장 원청은 교섭에 나오라”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꽁무니를 빼고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된 죽비로 호되게 후려쳐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노동자들이 단결해 7월 총파업으로 원청교섭을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노조법 시행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연맹의 지부·지회가 1천곳 넘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의 교섭거부와 교섭창구단일화나 교섭단위 분리 등 절차 등으로 실제 교섭을 시작한 곳은 거의 없다.
민주노총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정기훈 기자>
최초 청와대 노동절 기념식 노동계, 쉬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언급
양대 노총은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다시 함께하는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가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념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을 비롯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청년·여성·중장년·장애인·이주배경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가 노동절 기념식을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노동계는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노동자를 언급했다. 모든 노동자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불타버린 공장에서 쫓겨난 옵티칼(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코로나를 이유로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 퇴근 2시간 전에 기습적으로 폐업을 선언한 우창코넥타 노동자,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전 정권 탄압으로 양회동 건설노동자가 희생된 노동절에, 공권력의 비호 하에 또다른 노동자가 주검이 되는 현실”이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절이 본래의 이름을 되찾고 법정 공휴일로 자리매김한 뜻깊은 날이다”며 “과거 노동절이 (한국노총 창립기념일인) 3월10일로 된 것은 한국노총의 의지가 아니었음에도, 이 때문에 어용노조라는 부당한 평가에 시달렸다. 날짜도 이름도 모두 제자리를 찾은 오늘 한국노총은 비로소 그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다만 “이 순간에도 노동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돈벌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짚으며 “노동을 하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누리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며, 교육과 주거, 의료 걱정이 없어야 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이 돈벌이 수단을 넘어 자아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경영계는 불확실성을 맞아 협력적인 노사 문화 정착에 힘을 모으자고 전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동절이 63년만에 이름을 다시 찾은 의미 있는 해다”며 “AI 전환에 따른 산업재편과 저출생, 인구구조 변화 등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노동자는 일터에서 생산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일터 밖에서 소비자로서 경제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경제의 주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며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함께하는 노동절 기념식’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
노동부 “노동자 차별받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
청와대 기념식 이후 양대 노총은 각각 서울 여의대로와 서울 세종대로에서 ‘136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전국노동자대회’와 ‘원청교섭,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되찾은 노동절, 더 큰 전진으로 주도하라! 한국노총!’ 슬로건을 내걸고, 모두의 삶과 미래를 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를 비롯해 △주 4.5일 근무제 도입, 공적연금 강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전환형 고용안전망 구축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 사회를 위한 노동기본권 강화와 차별 철폐 △노동시간 단축과 산업안전 강화, 산재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각종 노동 현안들에 “우리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배제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노동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하고, 한국노총이 그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원청교섭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세웠다. 노동기본권 쟁취와 7월 총파업 성사, 원청교섭 쟁취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초기업교섭 제도화 △제국주의 침략전쟁 규탄을 촉구했다. 주최쪽에 따르면 서울집회에 1만명이, 전국 집회에 10만명이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진짜사장 원청은 교섭에 나오라”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꽁무니를 빼고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된 죽비로 호되게 후려쳐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노동자들이 단결해 7월 총파업으로 원청교섭을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노조법 시행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연맹의 지부·지회가 1천곳 넘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의 교섭거부와 교섭창구단일화나 교섭단위 분리 등 절차 등으로 실제 교섭을 시작한 곳은 거의 없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노동계·경영계·시민사회와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제 다시 모두의 노동절 거리축제’를 열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고, 비슷한 일을 하면서 차별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한국노총·한국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노동재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후원했다.
실질적 지배력·교섭해태 등 조목조목 주장 … 이날 2차 교섭, 갈등 또는 진정 분수령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중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BGF리테일을 비판했다. <화물..
2026-04-25 |
실질적 지배력·교섭해태 등 조목조목 주장 … 이날 2차 교섭, 갈등 또는 진정 분수령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중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BGF리테일을 비판했다. <화물연대본부>
CU BGF 화물노동자가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BGF리테일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위원장 김동국)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GF는 교섭을 약속해 놓고 뒤에서는 가처분을 준비하며 화물노동자를 속이고 있었다”며 “서아무개 조합원 뜻을 짓밟는 모든 기만과 책임 회피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PS·앱으로 노동자 동선·차량 상태 모두 조회
화물연대는 이날 BGF리테일이 22일 교섭 이후에도 견지하고 있는 원청 사용자성 부정 주장을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계약서의 내용과 노동처우의 실질을 고려하면 BGF리테일이 화물노동자 처우를 결정하는 사용자로 교섭의무를 진다고 강조했다. 계약서를 살펴보면 BGF리테일 상품을 화물노동자가 배송하는 노무제공에 해당하고 BGF가 정한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배타적으로 계약을 수행할 수 있는 점과 배송코스의 결정과 점착시간 등도 BGF리테일의 기준을 수용해야 하는 점 등이 눈에 띤다. 차량 배송 점착시간·상차시간·애냉시간 준수 의무가 부여되며 센터가 정한 운행계획을 거부할 수 없다. 12~13시간 장시간 노동을 해 CU BGF 물량 외 다른 물량을 운송할 기회 자체가 차단되며, CU 화물노동자는 대부분 소득을 BGF리테일과의 계약에 의존해 전속성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BGF리테일 화물 운송시 사전에 BGF리테일이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고, BGF리테일은 이를 토대로 화물노동자 운행코스와 배송과정을 모두 관리한다. 화물연대는 주 1회 이상 휴무 보장과 운임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BGF리테일이 정한 것이라 하청 운송사가 변경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을 실질적 지배자로 본다. 게다가 화물연대는 이밖에도 차량에 부착한 GPS를 활용한 차량 온도 기록 전달, 주류 운반 허가증 발급 등 BGF리테일과 로지스의 촘촘한 통제를 강조했다.
센터별 합의? 동일한 운송료 지급 받아
센터별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운임을 올려 왔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저온 운임 인상률을 근거로 인상이 더디고 센터별 협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016년 285만원이던 운임은 최근 10년간(2016~2025년) 최대 인상폭이 2018년 292만원에서 2019년 302만원으로 3.42% 오른 데 그쳤고 2018년과 2020년, 2024년, 2025년 4차례 인상률이 1% 미만에 머물렀고, 2019년(3.42%)을 제외하면 모두 1% 중반 인상률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센터별 협의를 통한 처우개선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센터별 물량과 거리, 시간, 지역이 다르다는 게 BGF리테일쪽 주장이지만 화물연대는 “이미 센터별로 동일한 운송료(월대)를 지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동국 위원장은 ”22일 교섭에는 국토교통부, 지방노동청, 국회의원이 있었고 BGF리테일 스스로도 교섭이 맞다고 인정했는데 이제 와 아니라고 우기냐“며 ”이는 서아무개 동지를 모욕하는 일이고 유가족을 짓밟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차 교섭을 시작했다. 22일 교섭 이후 두 번째 실무교섭이지만 1차 교섭한 22일 이후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과 원청 사용자성 부정 같은 논란이 증폭한 상황이라 향후 갈등 격화 또는 진정국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 시점 ‘깜깜’ … ‘비쟁점 법안’ 난임 유급휴가 확대 처리기자명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국회 본회의 전경 <자료사진 강한님 기자>‘산재와의 전쟁’을 치를 노동안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몇 달째 국회에서..
2026-04-25 |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 시점 ‘깜깜’ … ‘비쟁점 법안’ 난임 유급휴가 확대 처리
기자명
▲ 국회 본회의 전경 <자료사진 강한님 기자>
‘산재와의 전쟁’을 치를 노동안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몇 달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산재에 취약한 하청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주고, 산재다발 기업에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의 법안들이다.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는데도 번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서 올려도 두 달 넘게 지연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난임치료휴가의 유급기간을 현행 2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법안 100여건을 의결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내 성희롱 과태료 부과 대상에 법인의 대표자와 그 친족을 명시하는 조항도 함께 개정됐다. 지난 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22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 빠르게 본회의로 직행했다.
두 법안보다 먼저 기후노동위에서 처리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상정시점이 오리무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작업중지의 요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로 바꾸고,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근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사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에는 산재 국선대리인제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유독 이 두 개정안만 본회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바꾸고, 임금체불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은 비슷한 시기 기후노동위를 통과해 이미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원청에 작업중지·국선대리인 조력 ‘요원’ “기업 똑바로 활동하겠냐”는 야당에 막혀
산재 감축을 주요 국정방향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국회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해당 개정안들은 정부가 여당에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부터 통과를 요청했던 법안이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안전종합대책과 올해 예산안, 국정과제와 관련돼 있다.
국회가 입법을 미루는 사이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 집중됐다. 본지가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현황(2022년 1월~2025년 12월) 전수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중대재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대우건설이었다. 14건의 사고로 15명이 숨졌는데, 노동자 15명 모두 하청 소속이었다. <본지 2026년 4월22일자 4면 “[단독 - 중대재해 발생현황 전수 분석] 4년간 2천436명 죽었는데 실형은 단 ‘6%’뿐” 기사 참조>
이날 본회의 통과가 무산된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현장에서 작동했다면 ㈜대우건설 하청노동자는 원청에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3건(3명), 2023년 2건(2명), 2024년 6건(7명), 2025년 3건(3명)으로 사망사고가 4년 내내 발생한 ㈜대우건설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우건설 산재 피해 노동자의 유가족은 사회취약계층이라면 국선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줄곧 반대했다. 기후노동위에서부터 법안이 충분히 숙고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국민의힘쪽의 요청으로 잠시 공개로 전환된 지난 2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등록말소가 겁나서 똑바로 활동을 하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고용노동소위와 기후노동위 전체회의에서 각각 항의한 뒤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특정 직역단체의 입장도 대변하고 있다. 지난 2월 법사위에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산재 국선대리인이 사건 대리를) 하게 되면 공인노무사의 역할이 아예 없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변론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근로자대표제 보완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 힘 못 쓰는 노동이사제 정비 필요기자명▲ 지난해 4월4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피청구인 대통령..
2026-04-06 |
근로자대표제 보완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 힘 못 쓰는 노동이사제 정비 필요
기자명
▲ 지난해 4월4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일로 윤석열씨가 탄핵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탄핵 광장을 채웠던 시민들은 권력을 교체했고, 새 정부는 사회 전 부문에서 개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회복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산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6’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 지수는 지난해 41위에서 올해 22위로 뛰어올랐다. 국무회의,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대통령과 정부부처 고위관료, 공공기관장까지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시민이 좀처럼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정책의 논리구조를 자신의 목소리로 소개했다. 국민의 알권리는 신장됐다.
분명 정치 민주주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일터로 눈을 돌리면 바뀐 세상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비상계엄에서 보듯 정치 민주주의가 죽고 사는 문제로 진화하는 것처럼, 일터에서도 민주주의가 같은 영향을 준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안전공업 사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안전공업 사업주는 평소에 이렇게 두면 위험하니 조치해 달라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사자들에게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이 있는지 들으라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있고, 더군다나 오래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인데도 그랬다.
공장 문앞에서 멈춘 민주주의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5명인데 50명 미만 사업장이나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351명이었다. 2024년에 비해 12명이나 늘었다. 특히 5명 미만이거나 5억원 미만 현장에서 174명이 숨졌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22명이나 증가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위험하다는 뜻이다.
숫자로만 보면 죽음의 거리와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반비례한다.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곳에서 산재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때, 즉 노동자들이 뭉치고 목소리를 내고 사업주와 대등하고 협상할 때 산재는 줄어든다. 올해 초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말했듯, 일터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대부분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는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3%다. 공공부문이 71.7%고 민간부문은 9.8%에 불과하다. 300명 이상 사업이 35.1%, 100~299명 사업장이 5.4%, 30~99명 사업장 1.3%, 30명 미만 사업장은 0.1%다. 지난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노조 조직률은 1995년 이후로 15% 벽을 넘은 적이 없다.
노조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대표 여전히 제도 미흡, 사용자는 악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와 고용형태 다변화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며 노동자를 대변할 조직을 만드는 일은 더 꿈 같은 일이 되고 있다. 노조를 조직하기 어려운 곳에서 노조를 대신해 노동자가 대등한 협상력을 갖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장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를 두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가 대표를 선출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근로자대표제와 노사협의회를 내실 있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근로자대표는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와 작업환경·교육훈련·고충처리·복지제도 개선 등을 협의한다. 사용자는 경영·인력계획과 재무상황을 근로자대표에게 보고한다.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노조가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위원을 위촉한다.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협상해야 하지만 관련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이를 악용해 임의로 근로자대표를 정하고, 유연근로제·재량근로제를 도입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20년 게임업체 펄어비스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안경·향수 브랜드 젠틀몬스터·탬버린즈를 운영업체 아이아이컴바인드도 근로자대표와 재량근로제 도입과 휴일근로 대체에 합의하며 디자이너 과로·공짜노동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자는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본지 2026년 1월5일자 [단독] “주 70시간 켜진 등대” 젠틀몬스터 청년 디자이너 ‘과로·공짜노동’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대표 선출 절차와 권한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경영학) 교수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와 협의·결정할 사항이 30여개가 된다”며 “대표 선출 절차나 권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대표성이 여러 법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노동자 대표기구가 노조로만 수렴된다”며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사·정은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과반수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위원들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를 가진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합의는 아직까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갈 길 먼 공공기관 노동이사
법으로 정해진 일터 민주주의 관련 제도도 힘을 받지 못한다.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에서 우선 실시했고, 앞으로 민간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정과제에 노동이사제 확대 및 활성화 계획을 담았다.
노동이사로 선출되면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노동이사의 힘을 빼고 있다. 노동이사는 본업을 하면서 이사를 겸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근무평정 권한을 갖고 있다. 이사회에서 사용자쪽 의견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면 인사 불이익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수자원공사 노동이사인 권용범 국가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부의장은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는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을 원천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120다사콜재단 노동이사인 박경은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상임의장은 “중앙정부가 제도 운영 실태를 책임 있게 점검하고,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노동이사협의회는 5월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로 통합한다. 노동이사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요구 중 하나는 지방공기업 노동이사제 법제화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운영되는 중앙공공기관과 달리, 지방공공기관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노동이사 근거를 두고 있다. 지자체 성향에 따라 노동이사 임명 여부가 갈린다. 지난해 1월 기준 18개 시·도 중 6곳은 조례가 있지만 노동이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기자명이재 기자▲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
2026-03-31 |
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
기자명이재 기자
▲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불법증축 여부도 화재원인 규명과 책임소재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날 안전진단을 거쳐 유가족과 함께 사고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하려 했지만 안전진단 결과 붕괴 등 위험이 커 23일로 합동감식을 연기했다.
사망자 신원확인도 이르면 23일 완료하고 유가족 통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늦은 저녁 마지막 시신을 확인했고 가장 먼저 발견된 시신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져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유가족 참여 합동감식 23일 실시 엔진 밸브 공정 발화점 추정
합동감식이 연기되면서 사고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환풍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발화 지점은 현재 동관 1층 엔진 밸브 생산공정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공공정에서 사용된 절삭유 때 등이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내부 CCTV는 구하지 못했지만 외부 CCTV 영상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속적인 화재위험에 대해 경고했지만 사용자쪽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언론브리핑을 한 황병근 안전공업노조 위원장은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가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노조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와 현장 지적을 (사용자가) 묵살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는 평소 화재경보기가 자주 오작동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원인과 함께 불법증축물의 사고 영향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건물 3층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2층의 복층으로 허가 없이 불법증축된 공간으로 추정된다. 체력단련장으로 쓰인 곳인데 창문 같은 환기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뒤 이 공간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웠거나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영향이 있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화재 같은 사고예방 조치가 충분했는지 여부도 규명 대상이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불법증축물로 인해서 대피가 어려워졌는지, 산업안전 조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실제로 대처에 어려움을 줬다고 하면 업무상과실치사 구성시에 추가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증축 자체도 건축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는 “건축법 19조에 따른 용도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증축 등을 했을 때 같은 법률 108조에 따라 건축주와 공사시공자를 처벌한다”고 말했다.
정례브리핑 등 유가족·피해자 돌봄 강화
한편 정부는 사고원인 조사 등 원인 규명과 함께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3차 중대본 회의를 연 정부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유가족과 피해자의 심리와 장례, 생계 지원을 실시하고 대전시청 내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사고 수습 진행 상황을 정례브리핑하고 사고원인 조사에도 유가족 참여를 보장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실제로 유가족과 피해자 대상 관계기관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재난특교세) 10억원을 대전시에 지원해 현장 주변 잔해물 처리와 구호 활동,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어고은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2026-03-25 |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
어고은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첫 문턱인 교섭요구 사실공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의 시정신청으로 이달 23일 노동위원회에서 첫 사용자성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연기 또는 취하로 무산됐다. 다음달 초 첫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예정된 심판 일정 밀리거나 사건 취하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달 2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HD현대삼호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가 20일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노조가 사건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HD현대삼호는 공고에 앞서 지회에 ‘교섭요구 사실공고 이행 및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협조 촉구’ 공문을 통해 “이번 조치는 노사 대화 촉구를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행정적 이행”이라며 “실제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향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당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항목에 한해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충남지노위 일정으로 공지됐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도 연기됐다. 앞서 공공연대노조 한국자산관리공사 콜센터분회는 자산관리공사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라 13일 노동위에 시정신청을 했다. 충남지노위는 20일 노조에 향후 심문회의 개최 예정일을 4월2일로 하되 확정되면 별도로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자산관리공사가 사실 공고를 하거나 노조가 취하하지 않는 이상 첫 사용자성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월3일까지 전국 지방노동위원회 회의 일정을 확인해 보니 원·하청 교섭 관련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 일정이 공지된 것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노동위는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접수 이후 10일 이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원·하청 교섭의 경우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한 차례에 한해 1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노동위가 고용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취지로 시정명령을 내린다.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관서에서 이행을 지도하고, 그럼에도 불응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조치할 수 있다.
원·하청 교섭 테이블 ‘1호’ HD현대중공업 될까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은 노동위에서 줄줄이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인덕대학교·성공회대학교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른 시정신청을 했고,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백화점·면세점 11개사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했다.
시정신청만이 아니라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다음달 초 첫 사건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노위는 다음달 3일 포스코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각각 상급단체별로, 직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로 노동위에 지난 10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다음달 9일 경기도와 부천시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국민은행·국민카드·하나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이 접수된 상태다.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한 사업장 가운데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테이블에 가장 먼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지난 21일 확정 공고를 한 HD현대중공업이다. 노조는 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유일노조여서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 없이 교섭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섭 의제를 두고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기자명이재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
2026-03-09 |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지난달 2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 교내 연구실과 연구진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한 자리다. 그날 행사는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열기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웨어러블 로봇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행사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입 모아 “휴머노이드 이전에 인간을 돕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소장을 맡은 박종우 교수(기계공학)는 “향후 경쟁은 누가 더 사람처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4~7일 열린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도 “AI를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이라며 “로봇 조작은 접촉 상태에서 운동과 힘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힘 조절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대상물의 위치정보를 지각하고, 들어 올리거나 옮기는 동작을 수행하는 것 이상의 정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실 물리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인정이다.
세계적인 석학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향을 비판적으로 본다. 헨릭 크리스텐센 미국 UC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휴머노이드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공장 바닥에서 걷는 것은 시간낭비고 안전하지도 않다”며 “유용한 일을 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작을 시연하는 휴머노이드에 대해서도 “생산 가치가 없는 엔터테인먼트”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AI를 탑재한 로봇, 그러니까 피지컬 AI의 개발이 완성단계에 달하면 산업현장에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게 다크팩토리다. 로봇이 일하기에 인간의 눈을 밝힐 조명이 필요 없어 어두컴컴해진 공장에서 기계만 돌아간다는 상상이다. 대만 TSMC가 일부 성공했을 뿐 아직 다크팩토리는 상상의 영역에 남았다. 이런 다크팩토리에는 굳이 인간을 닮은 로봇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인간을 닮아 사람의 일터에 쉽게 적응할 것이란 믿음
그런데 왜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는 인간을 닮았을까. 현재 산업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인간과 상이하다. 팔 하나만 길게 뻗어 있거나,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캐터필러를 달았다. 머리는 없기 일쑤고 손가락도 5개가 아니다. 기괴하게 특정한 기능만 강화된 형태다. 그런데 2022년 테슬라가 발표한 옵티머스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월 열린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CES)에는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를 포함해 휴머노이드 12종이 출품됐다.
휴머노이드의 용도는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분화하는 추세다. 물론 둘 모두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산업현장과 함께 가정용 작업을 지원하도록 설계한 모델이다. 1X가 공개한 네오도 AI를 기반으로 산업현장보다 비정형적 환경에서 일상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된 휴머노이드는 아틀라스와 옵티머스 2세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G1, 애질리터 로보틱스의 디지트, 앱트로닉의 아폴로, 피규어AI의 피규어03, 딥 로보틱스의 DRO2, 로봇에라(Era)의 L7이다. 엔지니어드 아츠가 개발한 아메카는 독특하게도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장착해 사회적 상호작용 로봇을 표방한다.
산업용 활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역은 제한적이다. 주로 물류에 투입된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G1은 높이가 1미터40센티미터로 다른 휴머노이드에 비해 비교적 작다. 물류와 서비스 부문의 자동화를 주요 목적으로 뒀다. 이보다 더 작은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이번 CES에 출품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비인간적인 형태로 만들어졌고, 1미터2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주로 도심 환경에 맞춰 라스트마일배송(출고 상품의 소비자 전달 최종 배송 구간)에 활용될 거로 보인다.
이런 개발 흐름은 뚜렷한 경향을 갖고 있다. 바로 범용성을 토대로 한 인간 편의적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삼성SDS는 2024년 6월 펴낸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휴머노이드의 강점으로 인간 작업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강조했다. 인간을 위해 설계한 도구와 장비, 공간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터에서 일하려면 인간을 닮아야 하기에 휴머노이드 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크팩토리는 생산공정 변화와 함께 온다 “로봇이 주류, 인간이 설 자리 없는 공간일 수도”
피지컬 AI에서 피지컬이라는 단서를 뺀다면 이미 AI는 산업 곳곳을 어둡게 바꿨다. 대표적인 게 콜센터다. 지난해 9월2일부터 11월21일까지 AI 도입 콜센터와 미도입 콜센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담 콜수는 하루 평균 80건에서 66.1건으로 13.9건 감소했다. 다만 건당 상담 통화시간이 6.95분에서 7.55분으로 늘었다. 일은 줄고, 더 어려워진 셈이다. AI 도입 이후 고객들의 짜증(58.5%)과 화(34.6%)가 증가해 민원 증가를 이끌었다는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콜센터는 AI가 인간과 협업할 이유가 없는, 어떤 의미에서 명료한 다크팩토리다.
피지컬 AI의 다크팩토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박근태 연구활동가(전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피지컬 AI 도입은 생산공정의 변화와 함께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 공장은 자동차의 외형만큼이나 변모해왔다. 김진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10여년도 전에 현대차가 작업자의 노하우를 남기겠다며 조사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당시의 노하우는 지금 라인의 형태가 달라져 다시 써먹기 어려울 정도”리고 설명했다. 박 연구활동가는 “만약 피지컬 AI를 도입해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면 지금 현재 공장 노동자가 갖고 있는 암묵지는 활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생산공정의 변화를 토대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그곳은 인간의 공장에 로봇이 들어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이미 로봇이 주류여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공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