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기자명이재 기자▲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
2026-03-31 |
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
기자명이재 기자
▲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불법증축 여부도 화재원인 규명과 책임소재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날 안전진단을 거쳐 유가족과 함께 사고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하려 했지만 안전진단 결과 붕괴 등 위험이 커 23일로 합동감식을 연기했다.
사망자 신원확인도 이르면 23일 완료하고 유가족 통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늦은 저녁 마지막 시신을 확인했고 가장 먼저 발견된 시신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져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유가족 참여 합동감식 23일 실시 엔진 밸브 공정 발화점 추정
합동감식이 연기되면서 사고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환풍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발화 지점은 현재 동관 1층 엔진 밸브 생산공정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공공정에서 사용된 절삭유 때 등이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내부 CCTV는 구하지 못했지만 외부 CCTV 영상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속적인 화재위험에 대해 경고했지만 사용자쪽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언론브리핑을 한 황병근 안전공업노조 위원장은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가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노조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와 현장 지적을 (사용자가) 묵살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는 평소 화재경보기가 자주 오작동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원인과 함께 불법증축물의 사고 영향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건물 3층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2층의 복층으로 허가 없이 불법증축된 공간으로 추정된다. 체력단련장으로 쓰인 곳인데 창문 같은 환기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뒤 이 공간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웠거나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영향이 있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화재 같은 사고예방 조치가 충분했는지 여부도 규명 대상이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불법증축물로 인해서 대피가 어려워졌는지, 산업안전 조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실제로 대처에 어려움을 줬다고 하면 업무상과실치사 구성시에 추가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증축 자체도 건축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는 “건축법 19조에 따른 용도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증축 등을 했을 때 같은 법률 108조에 따라 건축주와 공사시공자를 처벌한다”고 말했다.
정례브리핑 등 유가족·피해자 돌봄 강화
한편 정부는 사고원인 조사 등 원인 규명과 함께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3차 중대본 회의를 연 정부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유가족과 피해자의 심리와 장례, 생계 지원을 실시하고 대전시청 내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사고 수습 진행 상황을 정례브리핑하고 사고원인 조사에도 유가족 참여를 보장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실제로 유가족과 피해자 대상 관계기관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재난특교세) 10억원을 대전시에 지원해 현장 주변 잔해물 처리와 구호 활동,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어고은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2026-03-25 |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
어고은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첫 문턱인 교섭요구 사실공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의 시정신청으로 이달 23일 노동위원회에서 첫 사용자성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연기 또는 취하로 무산됐다. 다음달 초 첫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예정된 심판 일정 밀리거나 사건 취하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달 2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HD현대삼호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가 20일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노조가 사건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HD현대삼호는 공고에 앞서 지회에 ‘교섭요구 사실공고 이행 및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협조 촉구’ 공문을 통해 “이번 조치는 노사 대화 촉구를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행정적 이행”이라며 “실제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향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당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항목에 한해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충남지노위 일정으로 공지됐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도 연기됐다. 앞서 공공연대노조 한국자산관리공사 콜센터분회는 자산관리공사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라 13일 노동위에 시정신청을 했다. 충남지노위는 20일 노조에 향후 심문회의 개최 예정일을 4월2일로 하되 확정되면 별도로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자산관리공사가 사실 공고를 하거나 노조가 취하하지 않는 이상 첫 사용자성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월3일까지 전국 지방노동위원회 회의 일정을 확인해 보니 원·하청 교섭 관련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 일정이 공지된 것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노동위는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접수 이후 10일 이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원·하청 교섭의 경우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한 차례에 한해 1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노동위가 고용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취지로 시정명령을 내린다.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관서에서 이행을 지도하고, 그럼에도 불응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조치할 수 있다.
원·하청 교섭 테이블 ‘1호’ HD현대중공업 될까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은 노동위에서 줄줄이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인덕대학교·성공회대학교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른 시정신청을 했고,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백화점·면세점 11개사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했다.
시정신청만이 아니라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다음달 초 첫 사건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노위는 다음달 3일 포스코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각각 상급단체별로, 직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로 노동위에 지난 10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다음달 9일 경기도와 부천시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국민은행·국민카드·하나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이 접수된 상태다.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한 사업장 가운데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테이블에 가장 먼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지난 21일 확정 공고를 한 HD현대중공업이다. 노조는 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유일노조여서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 없이 교섭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섭 의제를 두고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기자명이재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
2026-03-09 |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지난달 2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 교내 연구실과 연구진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한 자리다. 그날 행사는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열기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웨어러블 로봇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행사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입 모아 “휴머노이드 이전에 인간을 돕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소장을 맡은 박종우 교수(기계공학)는 “향후 경쟁은 누가 더 사람처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4~7일 열린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도 “AI를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이라며 “로봇 조작은 접촉 상태에서 운동과 힘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힘 조절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대상물의 위치정보를 지각하고, 들어 올리거나 옮기는 동작을 수행하는 것 이상의 정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실 물리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인정이다.
세계적인 석학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향을 비판적으로 본다. 헨릭 크리스텐센 미국 UC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휴머노이드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공장 바닥에서 걷는 것은 시간낭비고 안전하지도 않다”며 “유용한 일을 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작을 시연하는 휴머노이드에 대해서도 “생산 가치가 없는 엔터테인먼트”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AI를 탑재한 로봇, 그러니까 피지컬 AI의 개발이 완성단계에 달하면 산업현장에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게 다크팩토리다. 로봇이 일하기에 인간의 눈을 밝힐 조명이 필요 없어 어두컴컴해진 공장에서 기계만 돌아간다는 상상이다. 대만 TSMC가 일부 성공했을 뿐 아직 다크팩토리는 상상의 영역에 남았다. 이런 다크팩토리에는 굳이 인간을 닮은 로봇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인간을 닮아 사람의 일터에 쉽게 적응할 것이란 믿음
그런데 왜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는 인간을 닮았을까. 현재 산업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인간과 상이하다. 팔 하나만 길게 뻗어 있거나,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캐터필러를 달았다. 머리는 없기 일쑤고 손가락도 5개가 아니다. 기괴하게 특정한 기능만 강화된 형태다. 그런데 2022년 테슬라가 발표한 옵티머스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월 열린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CES)에는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를 포함해 휴머노이드 12종이 출품됐다.
휴머노이드의 용도는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분화하는 추세다. 물론 둘 모두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산업현장과 함께 가정용 작업을 지원하도록 설계한 모델이다. 1X가 공개한 네오도 AI를 기반으로 산업현장보다 비정형적 환경에서 일상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된 휴머노이드는 아틀라스와 옵티머스 2세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G1, 애질리터 로보틱스의 디지트, 앱트로닉의 아폴로, 피규어AI의 피규어03, 딥 로보틱스의 DRO2, 로봇에라(Era)의 L7이다. 엔지니어드 아츠가 개발한 아메카는 독특하게도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장착해 사회적 상호작용 로봇을 표방한다.
산업용 활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역은 제한적이다. 주로 물류에 투입된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G1은 높이가 1미터40센티미터로 다른 휴머노이드에 비해 비교적 작다. 물류와 서비스 부문의 자동화를 주요 목적으로 뒀다. 이보다 더 작은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이번 CES에 출품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비인간적인 형태로 만들어졌고, 1미터2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주로 도심 환경에 맞춰 라스트마일배송(출고 상품의 소비자 전달 최종 배송 구간)에 활용될 거로 보인다.
이런 개발 흐름은 뚜렷한 경향을 갖고 있다. 바로 범용성을 토대로 한 인간 편의적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삼성SDS는 2024년 6월 펴낸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휴머노이드의 강점으로 인간 작업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강조했다. 인간을 위해 설계한 도구와 장비, 공간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터에서 일하려면 인간을 닮아야 하기에 휴머노이드 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크팩토리는 생산공정 변화와 함께 온다 “로봇이 주류, 인간이 설 자리 없는 공간일 수도”
피지컬 AI에서 피지컬이라는 단서를 뺀다면 이미 AI는 산업 곳곳을 어둡게 바꿨다. 대표적인 게 콜센터다. 지난해 9월2일부터 11월21일까지 AI 도입 콜센터와 미도입 콜센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담 콜수는 하루 평균 80건에서 66.1건으로 13.9건 감소했다. 다만 건당 상담 통화시간이 6.95분에서 7.55분으로 늘었다. 일은 줄고, 더 어려워진 셈이다. AI 도입 이후 고객들의 짜증(58.5%)과 화(34.6%)가 증가해 민원 증가를 이끌었다는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콜센터는 AI가 인간과 협업할 이유가 없는, 어떤 의미에서 명료한 다크팩토리다.
피지컬 AI의 다크팩토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박근태 연구활동가(전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피지컬 AI 도입은 생산공정의 변화와 함께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 공장은 자동차의 외형만큼이나 변모해왔다. 김진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10여년도 전에 현대차가 작업자의 노하우를 남기겠다며 조사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당시의 노하우는 지금 라인의 형태가 달라져 다시 써먹기 어려울 정도”리고 설명했다. 박 연구활동가는 “만약 피지컬 AI를 도입해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면 지금 현재 공장 노동자가 갖고 있는 암묵지는 활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생산공정의 변화를 토대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그곳은 인간의 공장에 로봇이 들어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이미 로봇이 주류여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공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없는 것도 만드는 ‘생성형’ AI의 그늘 … 산업현장선 치명적 산재위험 될 수도기자명이재 기자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2026-03-09 |
없는 것도 만드는 ‘생성형’ AI의 그늘 … 산업현장선 치명적 산재위험 될 수도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인공지능(AI) 로봇도 잊을 수 있다. 허풍이 아니다. 세계에 AI 충격을 던진 딥마인드의 연구진 제임스 커크패트릭은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속학습은 현재 과제와 관련된 정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학습한 과제의 지식이 갑자기 소실되는 경향 때문에, 인공 신경망에 특히 큰 도전을 제기한다”고 썼다. 이런 현상을 ‘파국적 망상’이라고 부른다.
9년 전 논문이니 지금은 해결이 된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유창동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어려운 문제이고 아직까지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학계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AI의 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발달한 대목은 왜 잊었는지 역추적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레그와 리즈닝 방식의 접근을 한다”며 “레그는 출력값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고, 리즈닝은 해당 출력값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출처를 공개하고 문제풀이시키는 것이다. 그만큼 망각은 난제다.
또 다른 난제는 환각이다. 이를테면 “세종대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 패권을 두고 1121년에 전쟁을 벌였을 때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전투 이름이 뭐지”라고 물을 때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 게 환각이다. 초기 AI에서 자주 발견됐던 문제고, 최근 생성형 AI는 교차검증을 강화하면서 이런 환각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완전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대법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허위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변호사 등이 법원 제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만든 가짜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허겁지겁 마련한 자구책이다.
학습 통해 성장하는 AI의 딜레마 새로운 것 배우면 기존에 배운 것 망각
이런 문제들의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학습이다. 지속적인 학습데이터를 먹이로 하는 AI 신경망이 새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특정 목표를 위한 정밀조정을 거쳤을 때 그 시점 이전에 학습한 작업을 잊어버린다. AI는 수많은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이 정한 목표함수에 가까워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목표함수와 먼 값을 버리고, 가까운 값을 취하면서 정답에 기운다. 기울기다. 문제는 새로운 학습데이터를 주입해 학습을 다시 시작했을 때, 새 학습데이터가 목표함수와 가까운 또 다른 기울기를 제안하면 기존의 학습을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 대목이 망각이다. 출력값이 아예 달라 새롭게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수행했던 작업조차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파국적 망각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면 기억을 떠올려 보기라도 하겠지만 AI는 그조차 불가능하다.
이 망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당장 산업현장에 도입해야 하는 기업은 제한된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리적인 특정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로 복사해 그 안에서 AI가 학습데이터를 실제 시연하고 훈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물리적 공장을 전면적으로 복사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유창동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존의 데이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방식이다. 목표함수로 도달하는 특정한 기울기를 고정해 새로운 학습데이터가 이와 멀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게 뼈대다. 특정 정보값을 묶어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매핑 방식’으로도 부른다. 이 역시 물론 연구 단계다.
아예 학습을 제한하는 방식도 있다. 중앙집중 학습 방식이다. 말 그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중앙제어 컴퓨터가 학습해 버전을 높이고, 이를 통해 무결하다고 여겨질 때 상용화한 AI에 수혈하는 식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이 산업현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피지컬 AI 1기마다 자율적인 학습을 한다면 그것은 표준화하고 규격화해 생산효율을 높이겠다는 기업의 전략과 맞지 않다. 게다가 피지컬 AI 1기마다 충분한 자율학습이 가능하도록 투자하는 것은 지나치게 고비용일 뿐만 아니라 피지컬 AI 1기가 가질 수 있는 연산능력의 한계도 분명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중앙제어 컴퓨터는 현장의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이 이런 방법을 쓴다. 결국 통제권을 인간이 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챗GPT가 내놓은 피지컬 AI 6개 우려 “AI가 이해했는지 검증하고 실험하라”
연구의 진척과 별개로 이처럼 로봇도 잊을 수 있다는 명제는 산업현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산업재해 위험이 커진다. 있지도 않은 장애물을 환각으로 생성해 회피하거나 산업안전 관련 규범을 망각해 사고를 낼 현실적인 염려가 있다. 생성형 AI인 ‘챗GPT’에게 물으니 망각과 환각 현상이 잔존한 가운데 피지컬 AI를 산업현장에 투입했을 때 우려점으로 △이전에 학습한 안전 규칙이나 작업 절차를 잊을 우려 △업데이트 뒤 기존 안전 동작이 약화될 가능성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상실 △실제 센서 데이터와 다르게 해석할 우려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있다고 판단할 우려 △위험 물체를 인식하지 못할 우려를 꼽았다. 종합적으로 “드물지만 중요한 규칙을 잊는 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안전은 확률적으로 맞다가 아니라 항상 안전해야 한다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전문가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유창동 교수는 피지컬 AI를 산업현장에 도입할 때 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유 교수는 “충분한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또 데이터셋이 충분히 보완돼야 하고,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이 많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어떤 학생이 시험문제를 풀 때 해당 법칙을 완벽히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문제 출제가 중요하다”며 “피지컬 AI 실험 역시 학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문제를 계속 테스트해야 하고, 이 테스트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 현상과 관련한 현대자동차그룹 피지컬 AI 아틀라스의 대응을 점검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에 연락했지만 아틀라스 개발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담당한다는 이유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인간노동 학습해야 하는 피지컬 AI … 신체정보 주권 문제 쟁점 될 수도기자명이재 기자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2026-03-09 |
인간노동 학습해야 하는 피지컬 AI … 신체정보 주권 문제 쟁점 될 수도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연재 순서>
① 아틀라스는 무엇을 보고 배울까 ② 망각과 환각 ‘로봇도 잊는다’ ③ 인간을 닮은 로봇이 향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도입을 두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첫 단계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품 분류 및 서열작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어 2030년부터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 이런 단계적 투입방식은 그 자체로 아틀라스의 현재 수준을 대변한다.
부품 분류와 서열작업을 보자. 완성차 생산공정에서 부품 분류와 서열작업, 그리고 불출은 협력사가 주로 맡아온 업무다. 부품 분류는 다시 부품 선별과 서열업무로 구분한다. 자동차 조립공정에 맞게 팔레트에 부품을 분류하고, 조립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게 부품서열이다. 고도로 자동화되고 분업화된 자동차조립 공정에서 1분1초라도 시간지연을 줄이기 위해 부품서열은 매뉴얼 같은 원청 통제 아래 놓인다. 불출은 이렇게 부품이 배열된 팔레트를 실제 공정으로 옮기는 업무다. 무겁고 힘들지만 어렵거나 고숙련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다.
2030년 목표도 이어서 살펴보자. 부품 조립 업무에 투입한다는 것인데, 목표는 의장라인으로 보인다. 의장라인은 각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만든 프레임과 부품모듈을 한데 합쳐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하는 최종공정이다. 현대차를 기준으로 가장 자동화율이 떨어지는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의장라인 업무 자체가 난도가 매우 높은 작업은 아니나 정밀작업이 많고 인간의 다양한 신체기능을 사용해야 해 자동화가 쉽지 않다”며 “용접라인도 정밀한 작업을 요하지만 규격화한 방식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처리할 수 있어 자동화율이 100% 수준에 달해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노동자의 ‘암묵지’가 작동하는 영역이라는 의미다.
5년 뒤 생산공정 투입, 인간 대체 ‘실증’할까
그래서 2028년과 2030년은 본질적으로 다른 시간표다. 발표는 2028년 단순업무, 2030년 정밀업무에 마치 계단식으로 AI를 투입하겠다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지만 실제로는 올해 1월 발표 이후 2030년까지 5년간 직접생산공정에 AI를 한꺼번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 소장은 “2028년의 부품 분류·서열·불출 업무에 숙달한 AI 로봇이 출시됐다고 해서 2030년 직접생산공정 투입이 용이하거나 쉬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시점부터 2030년을 향한 학습을 시작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비로소 AI의 쓸모가 탄생한다. 사실 부품의 분류와 서열, 그리고 불출에 쓸 로봇이 AI까지 탑재해야 할 필요는 크지 않다. 이미 불출업무에는 이동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2030년의 목표는 다르다. 의장업무는 페인트칠(도장)까지 마친 차체에 2만개가량의 부품을 조립해 넣는 일이다. 그러면서 배선과 배관작업 등도 해야 한다. 물론 한 명이 다하는 것은 아니다.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정해진 업무를 한다. 아틀라스가 해야 하는 것은 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뤄지는 인간의 일을 학습하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인간을 대체할 여지는 커진다.
원칙적으로 바로 이 대목에서 AI와 인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학습이다. AI는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를 학습해 업무를 익힌다.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렸던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틀라스가 준 시각적 충격은 물론 컸지만, 학습을 통해 결과를 산출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 없는 학습 계획? 최초 데이터는 있다
지금 현대차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거로 보인다. 인간 없는 학습에 대한 기대다. 현대차가 지분을 소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미국에 개소하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에서 아틀라스 학습과 훈련을 진행한다. 현대차 계획은 응용센터에서 학습한 훈련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에서 학습한 실전 데이터를 되먹임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은 공장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화한 것이다. 이 데이터를 아틀라스에 학습 및 훈련 시킨 뒤 응용센터에서 실제 공정을 재현해보고 이를 다시 데이터화해 로봇 행동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공장의 모든 데이터가 로봇을 위해 축적되고, 로봇은 이를 학습해 다시 공장을 가동하는 이상적인 형태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아틀라스에게 학습할 최초의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다. 노동자가 산출한 데이터가 없다면 학습은 불가능하다. AI가 AI를 학습해도 결과는 1 더하기 1은 2다.
공장으로 돌아가보자. 자동화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오차의 범위가 크고, 노동자의 숙련이 반영된다는 의미다. 암묵지다. 박근태 연구활동가(전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현대차 공장 내 업무 모습을 촬영하거나 하는 것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쪽 역시 관련한 시각정보를 갖고 있거나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2030년까지 정밀작업에 AI를 투입하겠다면 해당 정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대차가 수십년간 공장을 돌리면서 축적한 데이터와 그를 바탕으로 한 매뉴얼이 이미 암묵지를 흡수했다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조선업 피지컬 AI 개발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거대한 선박을 용접하고 만들어야 하는 조선업과 비교하면 완성차는 컨베이어벨트를 근간으로 일정한 업무를 반복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암묵지가 개입하는 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개인정보 가운데 신체정보는 노동자의 개별 동의가 필수고, 업무용 데이터는 사용자가 소유권을 주장해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공장업무에서 어디까지가 신체정보이고 어디까지가 업무용 데이터인지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국, AI 특례로 ‘정보 주권’ 백도어 설치
암묵지가 있고, AI 학습을 위해 사용자가 이를 필요로 한다면 현대차에 국한해 노사 전선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무 노하우 관련한 개인정보 쟁점에 민감하지 않았다”며 “향후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전선의 기준이 될 개인정보, AI 학습과 관련한 국내 규범은 다소 이례적이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상례와 달리 우리나라 법·제도는 지름길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1월부터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이 분야 규범을 형성한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원본데이터를 가명처리 없이 학습데이터로 쓸 수 있는 AI 특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AI 학습데이터를 명분으로 일종의 ‘백도어’를 둔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전장은 아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국적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분을 80%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지만, 미국법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국외 유출하는 시도는 AI 학습데이터 활용 이전에 개인정보의 해외반출 대목에서 쟁점이 될 여지가 크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업무용 데이터로 파악해 노동자의 동의 없이 학습용 데이터를 축적하더라도 이를 해외 법인으로 옮겨 학습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선택지가 없진 않다. 아예 해외공장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싱가포르공장과 미국 앨러배마공장 등 현대차공장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그 나라라고 개인정보를 소홀히 하진 않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해 8월 펴낸 AI 산업전환을 위한 데이터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AI 학습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률을 발의하고, AI 저작권 공개 법안을 발의해 학습데이터의 투명성 확보를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데이터법을 제정해 데이터에 대한 개인 통제권을 강화하고 2024년 AI법을 발의해 AI의 작동 방식과 데이터 활용 과정을 명확히 하고 데이터 수집에 당사자 동의를 필수로 요구한다.
2차 하청사 노동자 40명 임금·퇴직금 미지급 … 퇴직연금 가입 않고 버티다 입찰 탈락 후 짐싸기자명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가 노동자 퇴직금과 1월 급여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24일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
2026-02-25 |
2차 하청사 노동자 40명 임금·퇴직금 미지급 … 퇴직연금 가입 않고 버티다 입찰 탈락 후 짐싸
기자명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가 노동자 퇴직금과 1월 급여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
24일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태훈)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공장 차체부 2차 하청업체인 피디에스(PDS)는 노동자 40명의 1월 급여 1억3천320만원과 퇴직금 6억7천768만원 등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
피디에스는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로 조업했지만 최근 경쟁입찰에서 탈락해 1월 말부로 계약을 해지했다. 노동자 40명 고용은 모두 새롭게 계약을 따낸 비원테크로 승계됐다. 그러나 피디에스가 지급해야 할 1월 임금과 그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임금이 체불됐다.
특히 피디에스는 그간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퇴직금 체불 피해를 키웠다. 김태훈 지회장은 “하청업체에 수시로 퇴직연금 가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금으로 체불임금 받으라는 뻔뻔한 주장”
사용자쪽은 지급할 재원이 없으니 정부의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라는 주장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회장은 “설 연휴 직전 현장에 나타난 사용자쪽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줄 수 없다며 사장을 노동청에 고발해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라고 말했다”며 “세금으로 체불임금을 받으라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지회는 “임금과 퇴직금 부담을 국가에 전가하려는 얄팍한 수작일 뿐”이라며 “원청이 지급하는 노무비는 임금과 퇴직금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정상적으로 인건비가 모였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따졌다.
게다가 피디에스는 경쟁입찰 탈락 뒤 12일 퇴직금 산정서를 노동자에게 배포하면서 퇴직 사유를 정리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로 명시하기도 했다. 자발적 퇴사시 실업급여 수급에 불리하다. 심지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회는 “피디에스 직전 업체인 도원도 퇴직금을 체불했다”며 “연타석으로 체불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협력사 행동지침’ 위배 소지
지회는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임금체불 비대위원회를 꾸리고 고용노동부에 임금과 퇴직금 체불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지회는 “사내하청에서 벌어지는 파렴치한 행위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가 개정된 것”이라며 “피디에스를 비롯해 1차 하청업체인 비티엑스(BTX)와 한국지엠은 임금이 사라진 원인이 무엇인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디에스의 이런 행위는 지엠 그룹의 협력사 행동지침과도 배치한다. 지엠은 지엠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환경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의 하나로 협력사 행동지침을 정하고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2차 하청업체인 피디에스 경영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한다. 지회는 “지엠 협력사 행동지침에 정면으로 위반하기에 강력히 항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대전충남·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는 노동법 무풍지대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지우지 않는 조항이 들어간 데다가, 경제자유구역을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투기업과 국내복귀기업은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심지어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을 받는다면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혹은 노동자 파견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3개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 삭제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이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 안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2조(사업주의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215조(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에 명시됐다.
외투기업 지원을 위해 삽입한 조항으로 읽힌다. 215조 하단에는 “통합특별시장은 외투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하면 통합특별시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고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남광주뿐 아니라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입법안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 다만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결과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고 보류됐다.
법이 통과된다면 이 통합특별시에서 사업을 하는 외투기업은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없다.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있는 사업주는 매년 고령자 고용현황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 조항 또한 특별시 외투기업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노동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에서 고령자 고용비율이 적은 외투기업에게 고령자 고용촉진·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할 권한이 없다.
‘유급휴일 없는 경제자유구역’ 통합특별시엔 더 쉽게 생긴다
통합특별시에 경제자유구역이 생긴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통상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요청한 뒤 △산업부 장관과 관계 행정기관 장의 협의 △산업부 산하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지정된다. 그러나 특별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이 비교적 쉽게 통합특별시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장이 이른바 ‘글로벌미래특구’ 계획을 세운 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관계부처와의 협의만 거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특구 협의를 요청한 뒤 20일이 지나면 협의가 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대전충남·광주전남의 경우 “산업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장이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을 요청한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특례를 넣었다.
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주 1회 유급휴일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급휴일 등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17조(다른 법률의 적용배제 등)의 “입주외국인투자기업 및 입주국내복귀기업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55조(휴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무급휴일을 줄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파견 확대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없고 진보정당·시민사회 “모든 대응 나설 것”
경제자유구역에서 적용이 제외되는 노동관계법은 한두 개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은 경제자유구역 입주 외국인투자기업과 입주국내복귀기업에 대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의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거나 노동자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일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상 장애인 고용의무,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도 경제자유구역에서 무력화된다.
‘반노동 조항’이 아니더라도 법안을 제고하라는 목소리는 이미 높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긴급 입장을 내고 “지방분권이라는 명목하에 탄생할 통합시 행정부는 사실상 제왕적 수준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4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25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과 주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향후 법 개정 운동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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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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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는 권한 남용” … 양경수 위원장 “재입법예고안, 노동권 보장 없어”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민주노총이 2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민주노총이 2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서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사업장 내 교섭을 전제한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하청 교섭에 적용하려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 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원·하청 교섭시 하청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 충분하다고 해석했지만 노동부는 이를 외면한 채 시행령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지난해 입법예고됐던 시행령도, 지난주 수정해 재입법예고한 시행령도 어느 곳에도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의 교섭권을 온전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화오션에서, 현대제철에서, 백화점·면세점에서, 택배사에서,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오라는 것 그리고 그 교섭은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구분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한 기업이 수백 개, 수천 개 교섭을 해야 할 것이라는 호들갑은 기만이자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수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7천명이 넘는 금속노조 비정규 하청노동자가 원청 상대 교섭을 요구했고, 한화오션과 현대제철 원청을 상대로 비정규직지회 2곳이 파업권까지 획득한 상태”라며 “노조법을 개정했지만 그 노조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노동부는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3조 개정 노조법은 3월10일 시행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노조법 현장 안착을 위한다며 시행령과 해석지침 마련 작업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한 시행령 개정안에서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있을 때 진행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원청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와 원청노조에도 적용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노동부는 하청노조와 원청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를 신속히 결정하고, 하청단위 교섭단위도 상급단체에 따라 다시 구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자의적 개입이 불가피해 소송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업장 내 복수노조 상황을 예정하고 만든 제도라 사업장 간 교섭에 적용할 수 없고, 적용하더라도 정부 기대처럼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 시행 4년 맞아 전국 동시 기자회견 … 산재 2018년 9만건 → 2024년 10만2천건기자명이재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민주노총민주노총이 철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집행과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민주노총은 27일 오전 국회 앞에..
2026-01-28 |
법 시행 4년 맞아 전국 동시 기자회견 … 산재 2018년 9만건 → 2024년 10만2천건
기자명이재 기자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철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집행과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의 수는, 죽음의 숫자는 줄지 않고 법은 만들어졌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처벌은 터무니없이 가벼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7곳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7월24일 기준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중대재해 사건 276건 중 실제 기소된 사건은 121건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49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42건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은 줄곧 중대산업재해 심각성을 언급했고 노동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업장과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인허가 취소나 과징금 부과 같은 경제제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사고는 2018년 9만832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인 2021년 10만2천278건으로 늘었고, 법 시행 뒤인 2022년에도 10만7천214건, 2024년은 11만5천773건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9월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10건에 대한 사법부 판결은 징역 평균 1년1개월, 벌금 6천100만원이다. 그나마 8건에 집행유에가 선고됐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강화를 위해 △엄정 집행 및 처벌 강화 △대법원 양형기준 마련 △실질적 경제제재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