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엔지스틸 하청노동자가 11톤 철재코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 위험성은 지난 4월 하청업체의 위험성 평가에서도 확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현대비엔지스틸 하청노동자 A씨(63)는 이날 새벽 4시께 경남 창원 현대비엔지스틸 냉연공장에서 철재코일 포장작업 중 넘어진 코일에 깔려 사망했다. 하청노동자는 1차 밴딩처리가 된 철재코일을 종이와 얇은 철판으로 된 끈으로 싸는 업무를 수행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기차 레일처럼 받침목 위에 코일을 올려 작업하는데 받침목이 오래돼 흔들리다 보니 전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는 예견된 상태였다. 하청업체가 올해 4월6일 실시해 작성한 위험성평가표를 보면 유해위험요인으로 “빅코일을 받을 때 작업 공간이 협소하고 받침목이 평탄하지 않아 코일을 받다가 코일이 굴러 코일 사이에 작업자 협착사고 위험”이라고 나와 있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감소대책으로 △훼손된 받침목 교체 △협력업체 통합 안전회의시 크레인 작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요청을 제시했다.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는 없었다.
이원재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코일별로 규격이 다른데, 조그만한 코일을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기존 공간에 임시로 고무받침대를 깔고 받침목을 대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코일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을 경우에 전도 위험이 있다”며 “규격이 다른 코일을 작업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필요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업표준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는 “코일 포장작업은 11톤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이라 4인1조 작업을 해야 함에도 3인으로 진행됐다”며 “밴딩작업은 C후크에 고정된 상태에서 진행하기로 돼 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현장에는 신호수나 작업지휘자도 배치되지 않았다.
현대비엔지스틸 냉연공장에서는 지난달 16일에도 하청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천장 크레인 점검 후 이동하던 재해자는 뒤에서 움직이던 천장크레인과 기둥 사이에 하반신이 끼여 숨졌다.
사고 이후 노조 현대비엔지스틸지회는 고용노동부에 안전진단과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고로 중단된 작업은 일주일 만인 같은달 23일 재개됐다.